오늘 가게되는 곳은 세낙이라는 곳이다. 단언컨데 대한민국 국민 중 단 10팀도 방문하지 않았을 곳.
쓰냑이라고 해도 될 것 같고, 세냑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한국어 정보는 전혀 없으며 어떻게 부르던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옥시타니 지역에 속해있다.
그런데 또 나무위키에 이렇게 잘 정리된 모습을 보니 어쩌면 잘 알려져있고 꽤나 사함들이 찾는 곳일지도?
그중에서도 데파르트망에 오늘의 플레이스가 있다. 데파르트망은 행정구역의 하나의 단위이다. 아래를 보자.
데파르트망(프랑스어: département)은 프랑스의 영토 구획 및 개별 권한을 가진 지방 단체를 모두 의미한다.
광역 지자체는 레지옹으로 불리며, 총 27개임 . 중간 지자체는 데파르트망으로 불리며, 총 101개임. 기초 지자체는 코뮌으로 불리며, 2015년 1월 현재 36.658개임 코뮌의 숫자는 코뮌간의 흡수, 합병 등으로 매년 변동이 있음.
남서쪽 끝단에 있는 행정구역인 오트피레네에 쓰냑이 있는것이다!
즉, 옥시타니 레지옹, 오트피레네 데파르트망, 쓰냑 코뮌이 되는 것 같다.
이게 나무위키 클래스. 프랑스 일개 행정구역의 선거구까지 업데이트되어 있는 것.
The population of Sénac was 215 in 1999, 239 in 2006 and 243 in 2007. The population density of Sénac is 27.18 inhabitants per km2. The number of housing of Sénac was 106 in 2007. These homes of Sénac consist of 98 main residences, 7 second or occasional homes and 1 vacant homes.
인구가 243명이고 98개의 집과 7개의 세컨하우스가 있는 이곳은 정말로 작은 마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예전에 가본적 있었던 지리산의 산속 한 마을 같은 느낌인 것.
가는 차안에서 호스트 Severine과 연락하여 저녁 메뉴를 선정했다. 늘 이럴때마다 잔뜩 업되서 고가의 간판 요리나 간판 체험을 해보려고 하는 나와, 최대한 진정하고 작고 소박하게 고르는 호두 사이에서 작은 실랑이와 줄다리기가 생긴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잘 합심해서 Charcuterie Platter를 주문했다.
날씨도 확인해본다.
경험상 이렇게되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동계세팅으로 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맑은 하룻밤을 기대했지만 비가 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결국 비가 왔고 이는 환상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도착. 이후엔 어두워서 장소의 형태와 뷰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호스트의 차 옆에 차를 대고 짐을 부지런히 코티지로 옮겼다.
호스트 세버린Severine은 친절하게 숙소 시설과 사용방법을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미리 주문한 음식을 세팅해두었다고 했다.
야외에 있는 샤워시설. 내 스타일의 숙소 샤워실이다.
안쪽의 화장실 모습. 손을 닦는 세면대에도 위쪽에 물이 이미 받아져있다. 변기엔 상술한 것처럼 모래가 들어있다.
여기는 자연친화적인 곳이라 변기에도 물이 없고 특수모래를 부으면 된다는 곳이었다. 진짜 재밌는 곳이었다. 샤워시설도 화장실 옆에 스탠드형으로 붙어있었는데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찬물 샤워를 너무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호두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말이었다. 그래서 호스트 세베린에게 이야기했더니 주인채에서 샤워를 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세베린의 에코-프렌들리 정책에 대해서는 십분 동의한다. 그런데 주인채에서는 보일러와 뜨거운 물, 냉난방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호두의 말을 듣고는 조금 웃음이 나왔다. 어린 아이를 키워서 이해가 가긴 한다.
둘다 샤워를 하고 방을 찬찬히 둘러본다. 동그란 건물의 50%정도의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개방감이 엄청났다.
우리가 주문한 세트가 나왔다. 구성이 아주 맘에 들었는데 베이컨과 소시지 빵과
침대 앞쪽엔 이렇게 둘을 위한 방석과 인도 문화권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음을 추측할 수 있는 불상과 향초, 작은 동상들이 있었다.
세버린에게 와인도 한병 구입했다.
좌식 세팅중에 역대급으로 이뻤다.
무려 8.6도의 맥주가 있길래 골라서 마셔보았다. 밖에는 비가 많이 왔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둘이 대화를 했다. 비가 코티지의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이게 참 안락했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잠들었다.
새벽 3시 35분
부스스 눈을 떠보니 밖이 언제 세차게 비가 왔는지 모르게 또 하늘이 개었다. 나가보았다.
밖이 이상하게 밝았다. 한밤중인데도 어둡지 않았다. 별이 정말 많이 보였다.
북극성도 보였다.
밝은 이유가 있었다. 보름달이 환하게 떠있는 새벽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착 직후에 어두워서 보지못했던 들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프랑스의 땅. 넓은 들판과 아름다운 별이 비현실적인 풍경을 그려주었다.
호두를 깨워서 같이 예쁜 풍경을 즐겼다. Galaxy S23 Ultra는 극히 적은 광량에서도 위와 같은 선명한 별사진을 갖도록 도와주었다.
다시 코티지로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보았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뷰.
왜 호스트 세버린이 요가와 명상에 심취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시간.
우리는 아마 나중에 이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이 포스팅을 보면서 떠올리며 추억하고 싶다.
복잡하고 바쁜 세상에서 이 순간을 추억하길.
새벽 4시 39분
또 잠에서 깼다. 이젠 아까 있었던 하늘 조각 모두가 사라져있었다.
맑고 깨끗한 하늘에 별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새벽 6시 48분
10월 말이라 아침 7시가 다가옴에도 세냑은 한밤중이었다. 별이 너무너무 많이 보여서 황홀했다.
새벽에 세번 일어났는데 세번 모두 분위기가 달라 다채로웠다.
어제의 흔적. 나무의 컬러. 두꺼운 방석.
녀석은 곤히 자고있다.
아침에 호두를 재워놓고 혼자 나와서 명상을 했다.
매빅을 날려보기도 했다.
배터리가 완충되어 비행을 대기중이다.
아침 노을에 핑크색으로 물든 구름들
예쁜 하늘 아래서 주변을 둘러본다.
우측에 세버린의 집이 보인다.
맥주병 안에 숲이 뒤집혀 보여 재밌다.
해가 떠오르고 있다.
이때 우리가 잤던 코티지의 모습은 어떨까?
등뒤로 해가 떠오르는 중. 호두는 저 안에서 자고있는 줄 알았는데...
일어나서 밖을 찍어주었다. 복장을 보면 알다시피 10월 말의 쓰냑은 정말 추웠다.
인센스 스틱도 피운다.
일어나서 밖을 찍어주었다. 복장을 보면 알다시피 10월 말의 세낙은 정말 추웠다.
이렇게 환영해 주신 Sebastien x Séreuse에게 감사드립니다. 황혼의 침묵의 순간과 만들어진 광경에 감사드립니다. (저희에게는 쌍둥이가 있었습니다! 식사는 세심하게 준비되었으며 최근에는 맛있었습니다. Norpresse와 Hugo의 5주년을 맞아 이 막간을 마련해 주신 "La belle rond"에게 감사드립니다.
깨어난 호두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너무 좋아하는 잔디 그리고 들판. 숲.
세버린이 커피를 내려주었다. 예쁜 다도용기에 담아주었다. 문득 커피를 먹고나니 출출해졌다. 아침에 빵을 사러 마을로 나가보자.
10여분을 나가면 마을이 나온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간판을 가진 이 곳은 우리가 처음 찾은 브랑제리다.
Artisan Boulanger - Ronde des Pains - Daniel Madrigal
Pujo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한 빵집이다.
날씨와 한적한 길가, 게으른 일요일 아침같은 느낌 정말 좋아.
여기서 빵을 사서 차안에서 즐기는 호두는 촵촵.
아직이다. 아직 배가 고프다. 두번째로 다른 빵집도 구경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정말로 시내에 위치한 빵집이다.
동네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빵집으로 간다.
일요일의 아침은 참 따뜻하고 여유롭다. 자전거도 예쁘고, 휴지통도 예쁜 동네.
예쁜 건물들, 예쁜 가로수 사이에 빵집이 있었다.
시간은 열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벽시계마저 이뻐서 가게 주인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어를 하고 영어를 잘 못하니 이해해달라고 했던 사장님. 브랑제리 대회에도 출전하고 요일별로 다른 빵을 판매하니 다른 날 다시 오면 다채로운 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여행객인것을 알고 있고 이 먼곳까지 찾아와준 것에 대해 재밌어했다. 우리도 너무 재밌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들이 아쉽다.
우리가 모르고 살고있는 이벤트들, 크고 작고를 떠나서 이 동네에서만 열리는 행사 같은것들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고자 오는 여행객의 숙명인데, 이런 소소한 것을 추구하는 가치는, 한정된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유명한' 것들을 하고자 하는 욕구와 상충되는 가치인 것이다.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드물게는 성향에 따라 해외여행도 한군데만 정해서 단 일주일이라도 작은 동네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식사와 와인을 현금으로 지급해야하는데 뽑아놓은 돈이 부족해 잠깐 시내 ATM에 들렀다.
이런 사진을 남기면 당시의 환율에 대해 알 수 있다.
프랑스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버린은 우리에게 이베리코 흑돼지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게트빵을 먹는 돼지라니..
세버린의 농장과 코티지를 떠나면서 보이는 시골의 풍경.
세버린에게 추천받은 레스토랑으로 이동해본다.
차를 조금 멀리 대놓고 걸어가니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안락한 광장 같은 곳에 위치해 있는 오늘의 레스토랑.
세버린이 우리가 간다고 미리 주인에게 전화해서 예약을 잡아주었다.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우리가 전화로 예약된 테이블을 잡고 먹을 수 있다니, 이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된다.
오늘의 메뉴다. Entree와 Plat + Dessert 코스 하나와 Plat + Dessert ou Entree + Plat을 주문했다.
앙뜨레 샐러드.
맛있게 잘 먹었다~
이제 떠난다. 지도를 거꾸로 뒤집어봤을 때,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가게 되는 지금 루트가 보여서 재밌었다. 두 나라의 경계를 이루는 피례네 산맥이 굳건하게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름이 껴있는 Tarbes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간다.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게 될텐데, 돌아와서도,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에서도 계속 세낙에서의 기억이 생각난다.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하고 너무 아늑하고 너무 특별했다.
다음은 내가 구글맵에 남긴 숙소에 대한 리뷰다.
"This is the best cottage I’ve ever stayed at. The host, Severine, was kind and lovely. She patiently answered all my questions about living in Senac, France."
This cottage was eco-friendly built by the host. "It might be inconvenient for some, but for me and my wife, and anyone who finds this style acceptable, this place offers great satisfaction."
[스페인7]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가보자 (6) | 2024.12.04 |
---|---|
[스페인6] 나바라 왕국의 궁전에서 하룻밤 보내기 (4) | 2024.08.28 |
[스페인5] 스페인 최고의 와이너리 이시오스,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 (2) | 2024.08.07 |
[스페인4] 리오하 와인을 만나던 날, 포도밭의 흙냄새 : 마르케스 데 리스칼 (0) | 2024.07.23 |
[스페인3] 로그로뇨 - 잊지 못할 아침노을, 유서 깊은 작은 도시 (0) | 2024.06.18 |